프리랜서계약서 처음 쓰는 사람이 꼭 챙기는 방법

얼마 전 지인이 작은 디자인 외주를 맡았다가 수정이 7번까지 늘어나는 걸 보고, 계약서 한 장의 무게를 다시 느꼈어요. 처음엔 서로 좋게 시작했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포함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 그때부터 마음이 참 피곤해집니다. 프리랜서계약서는 딱딱한 서류라기보다, 내 시간과 돈을 지키는 장보기 메모 같은 역할을 해요. 적어두면 덜 싸우고, 안 적으면 기억이 서로 달라집니다.
프리랜서계약서가 필요한 순간
금액이 10만 원이어도 작업 범위가 애매하면 계약서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디자인, 번역, 영상 편집, 개발, 원고 작성, SNS 운영처럼 결과물이 남는 일은 더 그래요. 카톡으로 “이번 주 안에 해주세요”만 남겨두면 납기, 수정, 사용 범위가 흐릿해집니다.
프리랜서계약서에는 거창한 문장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에, 어떤 기준으로 끝낼지 적으면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도 분야별 표준계약서를 안내하고 있으니, 창작·콘텐츠 쪽이라면 공식 양식을 먼저 참고하는 게 편합니다.
- 단발 작업이라도 금액과 납품일이 정해진 경우
- 수정 요청이 생길 가능성이 큰 경우
- 이미지, 글, 코드, 영상처럼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
- 선금 없이 먼저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경우
계약서에 꼭 들어갈 항목
업무 범위는 숫자로 적기
“상세페이지 제작”이라고만 쓰면 위험합니다. 상세페이지 1종인지, 배너 3개가 포함인지, 썸네일까지 포함인지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상세페이지 1종, PC 기준 세로 8,000px 이내, 제품 보정 10컷 포함”처럼 적는 식입니다. 원고라면 글자 수, 이미지 개수, 업로드 여부까지 나누면 좋고요.
대금과 지급일은 날짜로 박아두기
돈 이야기는 민망해도 가장 먼저 적어야 합니다. 총액, 선금, 잔금, 지급일, 세금 처리 방식을 나눠 쓰면 나중에 덜 흔들립니다. 개인 프리랜서라면 보통 3.3% 원천징수가 붙는 경우가 많고, 사업자등록이 되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면 부가세 10%를 따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거래처 회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계약 전에 문장으로 남기는 게 좋아요.
- 총 계약금: 100만 원
- 선금: 계약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 50만 원
- 잔금: 최종 납품 후 7영업일 이내 50만 원
- 세금: 원천징수 또는 세금계산서 발행 여부 표시
수정 횟수와 저작권은 빼먹기 쉬운 부분
제가 주변 프리랜서들한테 제일 많이 들은 하소연이 “수정이 끝나질 않는다”였어요. 그래서 수정은 횟수와 범위를 같이 적어야 합니다. “수정 2회 포함”만 쓰면 전체 방향을 갈아엎는 것도 수정인지, 오탈자만 수정인지 애매합니다. “기존 기획 범위 안의 문구·색상·배치 수정 2회 포함, 기획 변경은 별도 견적”처럼 적으면 훨씬 분명합니다.
저작권도 꼭 봐야 합니다. 만든 사람에게 저작권이 남는지, 의뢰인이 완전히 가져가는지, 특정 매체에만 쓰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로고, 캐릭터, 사진, 영상, 원고는 나중에 광고나 2차 콘텐츠로 쓰일 수 있어서 사용 기간과 매체를 적는 게 안전합니다. 저작권법상 권리 이전은 말로 퉁치기보다 계약서에 분명히 쓰는 쪽이 낫습니다.
- 수정 횟수: 기본 2회, 추가 수정 1회당 비용 표시
- 검수 기간: 납품 후 5영업일 이내 회신
- 저작권: 양도인지 이용 허락인지 표시
- 사용 범위: 국내 온라인 광고, 자사몰, SNS 등 구체화
- 원본 파일: 제공 여부와 추가 비용 표시
프리랜서인지 근로자인지도 확인하기
계약서 제목이 프리랜서계약서라고 해서 언제나 프리랜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고, 회사 장비로 일하며, 업무 지시와 근태 관리를 계속 받는다면 실제로는 근로자에 가까울 수 있어요. 고용노동부 안내에서도 이름보다 실제 일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 차이는 꽤 큽니다. 근로자라면 임금, 연차, 퇴직금, 4대보험 같은 쟁점이 생길 수 있고, 순수 프리랜서라면 용역대금 문제로 민사 절차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는 “어디서 일하는지, 누가 시간을 정하는지, 결과물만 납품하면 되는지”를 스스로 체크해두면 좋아요.
계약 전 보는 문장들
프리랜서계약서는 길다고 좋은 게 아니라, 싸움이 날 만한 지점을 미리 막아주는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주변에 계약서를 볼 때 이 문장들만큼은 꼭 확인하라고 말합니다. “갑이 만족할 때까지 수정한다”, “필요 시 무상으로 추가 작업한다”, “모든 권리는 갑에게 귀속된다” 같은 문장은 그냥 넘기면 나중에 크게 부담이 될 수 있어요.
- 무제한 수정처럼 해석될 문장이 있는지
- 지급일이 “검수 후”처럼 애매하게만 쓰였는지
- 해지될 때 이미 한 작업의 대금 기준이 있는지
- 자료 제공이 늦어졌을 때 납기도 같이 밀리는지
- 분쟁이 생겼을 때 연락 창구와 관할 기준이 있는지
계약서 없이 시작한 일도 메일, 카톡, 견적서, 입금 내역, 작업 파일 기록은 꼭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생기면 기억보다 기록이 훨씬 힘이 세거든요. 프리랜서계약서는 상대를 못 믿어서 쓰는 종이가 아니라, 서로의 기대치를 같은 줄에 맞춰두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처음엔 조금 번거로워도, 한 번 양식을 만들어두면 다음 일부터는 마음이 꽤 가벼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