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심는 작물, 텃밭 초보도 실패 줄이는 파종 방법

얼마 전 장마 끝난 텃밭을 보러 갔는데, 상추는 웃자라고 고추는 지쳐 있고 흙은 딱딱하게 굳어 있더라고요. 8월 텃밭은 봄처럼 산뜻하진 않지만, 사실 가을 수확을 준비하기에는 꽤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뭘 심느냐에 따라 9월, 10월 밥상이 달라져요.
다만 8월은 더위가 남아 있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도 많아서 아무 작물이나 심으면 발아가 들쭉날쭉합니다. 저는 8월에는 욕심내서 여러 가지 심기보다, 더위가 조금 남아 있어도 버티고 가을에 맛이 좋아지는 작물 위주로 고르는 편이에요.
8월에 심기 좋은 잎채소
가장 만만한 건 역시 잎채소입니다. 특히 8월 중순 이후 밤기온이 조금 내려가기 시작하면 상추, 쑥갓, 아욱, 열무, 얼갈이배추를 심기 좋아요. 너무 이른 8월 초에 심으면 낮 더위 때문에 싹이 약하게 올라오거나 금방 꽃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추는 씨앗을 너무 깊게 묻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흙을 0.5cm 정도만 살짝 덮고, 물은 분무하듯이 주는 게 좋아요. 물줄기가 세면 씨앗이 한쪽으로 몰려서 나중에 솎아내기가 번거롭습니다. 저는 상추는 한 줄로 길게 심기보다 작은 공간에 조금씩 나눠 심습니다. 그래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자라서 버리는 일이 줄어요.
- 상추: 8월 중순부터 파종하기 좋고, 30일 안팎이면 어린잎 수확 가능
- 쑥갓: 향이 강해 벌레 피해가 비교적 적은 편
- 아욱: 국거리로 쓰기 좋아 가정 텃밭 만족도가 높음
- 열무·얼갈이: 김치나 데침용으로 활용하기 좋아 실속 있음
열무와 얼갈이는 자라는 속도가 빠른 대신 벌레가 잘 붙습니다. 씨 뿌리고 2주쯤 지나 잎이 부드러울 때 특히 구멍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방충망을 씌우거나 촘촘한 한랭사를 덮어두면 농약 없이도 피해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가을 김장 준비용 작물은 시기가 중요해요
8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김장 채소입니다. 배추와 무는 8월 하순부터 9월 초 사이가 많이 이야기되는 시기예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중부지방은 보통 8월 말 전후, 남부지방은 조금 늦춰서 심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일찍 심으면 더위와 병해충이 문제고, 너무 늦으면 속이 덜 찰 수 있어요.
배추는 씨앗으로 바로 심는 방법도 있지만 초보라면 모종을 사서 심는 쪽이 훨씬 수월합니다. 모종은 잎이 4~5장 정도 있고 줄기가 너무 길게 웃자라지 않은 걸 고르면 됩니다. 심을 때 간격은 대략 40~45cm 정도 두는 게 좋아요. 처음엔 빈 공간이 커 보여도 배추는 나중에 생각보다 크게 퍼집니다.
무는 직파가 기본입니다. 옮겨 심으면 뿌리가 갈라지거나 모양이 틀어질 수 있어요. 씨앗은 한 구멍에 2~3알 정도 넣고 싹이 올라오면 튼튼한 것 하나만 남깁니다. 솎아낸 어린 무잎은 된장국에 넣어도 맛있어서 버릴 게 별로 없습니다.
배추와 무 심을 때 제가 꼭 보는 것
- 비 온 직후 질척한 흙에는 바로 심지 않기
- 퇴비는 심기 직전보다 최소 1~2주 전에 섞어두기
- 배추 모종은 심은 뒤 뿌리 주변 흙을 꼭 눌러주기
- 무는 옮겨 심지 말고 제자리에서 키우기
특히 퇴비를 바로 넣고 심으면 뿌리가 상할 수 있습니다. 냄새가 강하게 나는 미숙퇴비는 더 조심해야 해요. 텃밭에서 작물이 갑자기 시들 때 물 부족만 의심하는데, 의외로 흙 상태나 밑거름 문제가 원인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허브와 향채소도 8월에 다시 시작하기 좋아요
봄에 심은 바질이나 깻잎이 8월쯤 되면 잎이 억세지고 벌레도 많아집니다. 이럴 때 일부는 정리하고 가을용 향채소를 다시 심으면 공간 활용이 좋아요. 8월에는 부추, 쪽파, 대파, 고수, 루꼴라 같은 작물도 고려할 만합니다.
쪽파는 8월 하순부터 심으면 가을 반찬으로 쓰기 좋습니다. 종구를 심을 때는 너무 깊게 묻지 말고 끝이 살짝 보일 정도로 심어도 됩니다. 대파는 모종을 구해 심으면 관리가 편하고, 흙을 조금씩 북돋아주면 흰 부분을 더 길게 키울 수 있어요.
루꼴라는 서늘한 날씨를 좋아해서 8월 초보다는 8월 말 이후가 낫습니다. 샐러드에 조금만 넣어도 향이 살아서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만족감이 큽니다. 다만 발아 후 어린잎이 너무 촘촘하면 금방 약해지니 손가락 한두 마디 간격으로 솎아주는 게 좋습니다.
8월 파종 전에 흙부터 손보면 실패가 줄어요
8월 작물은 씨앗보다 흙 준비가 먼저입니다. 여름 동안 비를 많이 맞은 흙은 영양분이 빠져나가고, 표면은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새로 심기 전에 남은 뿌리와 잡초를 걷어내고, 흙을 20cm 정도 뒤집어 공기를 넣어줍니다.
그다음 완숙퇴비를 조금 섞고 며칠 쉬게 둡니다. 공간이 작다면 퇴비를 많이 넣는 것보다 배수가 잘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물 빠짐이 나쁘면 무는 갈라지고, 배추는 뿌리 쪽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화분이나 베란다 텃밭이라면 새 상토를 절반 정도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작물 상태가 달라져요.
- 씨앗 파종 전날 흙을 미리 적셔두기
- 한낮 파종보다 해 질 무렵 작업하기
- 파종 후 강한 물줄기 대신 고운 물주기 사용하기
- 싹이 날 때까지 흙 표면이 바짝 마르지 않게 관리하기
8월 햇볕은 아직 강해서 막 올라온 싹이 하루 만에 축 처질 때가 있습니다. 베란다라면 오전 햇빛만 받는 자리로 옮기고, 텃밭이라면 며칠 동안 차광망을 살짝 걸쳐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작은 차이 같아도 발아율이 꽤 달라집니다.
지역별로 심는 날짜를 조금 다르게 잡기
같은 8월이라도 강원 산간, 수도권, 남부 해안의 날씨는 다릅니다. 중부지방은 8월 중순부터 잎채소를 시작하고, 배추 모종은 8월 하순쯤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부지방은 낮더위가 오래 가니 잎채소는 조금 늦추고, 물 관리에 더 신경 쓰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베란다 텃밭은 노지보다 온도가 높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특히 서향 베란다는 오후 열기가 오래 남아서 상추가 힘들어할 수 있어요. 이런 곳은 열무, 얼갈이처럼 빨리 수확하는 작물을 소량만 심거나, 쪽파처럼 비교적 관리가 쉬운 작물부터 시작하는 게 부담이 적습니다.
8월에 심는 작물은 화려하진 않아도 실속이 좋습니다. 상추 몇 포기, 쪽파 한 줄, 무 몇 개만 잘 키워도 9월 밥상이 꽤 든든해져요. 저는 8월 텃밭은 크게 욕심내는 달이 아니라, 더위 끝에서 가을 먹거리를 조용히 준비하는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