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보는 방법 숫자보다 먼저 확인할 것

장 볼 때는 가격표만 보지 않고 100g당 가격도 확인하는 편이에요. 주식 화면에서 PER를 볼 때도 비슷합니다. 주가가 5만 원이라는 숫자만으로는 비싼지 싼지 알기 어려워서,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과 함께 보는 거죠. 다만 PER가 낮으면 무조건 좋은 주식이라는 말은 걸러서 듣습니다.
PER는 주가를 이익과 비교한 숫자예요
PER는 주가수익비율이라고 부릅니다. 계산은 간단해요. 주가를 주당순이익인 EPS로 나누면 됩니다. EPS는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을 주식 한 주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나타낸 수치예요.
예를 들어 주가가 5만 원이고 EPS가 5천 원이면 PER는 10배입니다. 주가가 똑같이 5만 원이어도 EPS가 2천5백 원이면 PER는 20배가 되고요. 두 회사의 주가가 같아도 이익에 견준 가격은 다르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PER 10배면 10년 뒤 투자금을 돌려받는다’는 식의 설명은 조심해야 해요. 순이익이 해마다 같다는 보장도 없고, 회사가 이익 전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PER는 현재 주가와 기준이 된 이익의 관계를 보여주는 숫자로 받아들이는 게 편합니다.
낮은 PER를 봤다면 이익부터 확인해요
숫자가 낮으면 할인 상품을 발견한 듯 눈길이 갑니다. 그런데 PER는 주가가 내려가도 낮아지고, 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도 낮아져요. 둘은 사정이 전혀 다르죠.
가령 평소 EPS가 2천 원이던 회사가 자산을 팔아 그해 EPS가 5천 원이 됐다고 해볼게요. 주가가 5만 원이라면 PER는 25배에서 10배로 낮아집니다. 겉으로는 저렴해 보이지만, 그 이익이 다음 해에도 이어질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순이익에는 본업에서 번 돈 외의 손익도 반영될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숫자를 보면 최근 몇 년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늘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익이 한 해만 튀었다면 사업보고서에서 이유를 찾아봐요. 반대로 주가가 크게 떨어져 PER가 낮아졌다면, 시장이 앞으로의 실적을 걱정하는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낮다는 사실보다 왜 낮아졌는지가 쓸모 있는 정보예요.
비교할 때는 업종과 기준 시점을 맞춰요
PER 8배인 회사와 25배인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8배 쪽이 싸 보입니다. 하지만 은행과 빠르게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면 놓치는 게 많아요. 이익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앞으로의 성장 기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끼리 비교하는 편이 낫습니다.
기준 시점도 중요해요. 한국거래소의 투자지표 안내에는 최근 4개 분기 이익을 이용한 PER 산식이 제시돼 있습니다. 반면 증권 화면에는 지난 실적을 기준으로 한 수치와 앞으로 예상하는 이익을 기준으로 한 수치가 함께 나올 수 있어요. 이름은 똑같이 PER여도 분모인 이익이 다르면 숫자가 달라집니다.
주가는 매일 움직이지만 실적은 분기마다 발표됩니다. 그래서 두 종목을 비교할 때는 같은 날의 주가인지, 같은 기간의 이익을 썼는지 확인하는 게 좋아요. 한국거래소도 기업마다 결산 시기와 공시 시점이 달라 투자지표의 비교 시점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PER가 표시되지 않을 때는 이렇게 봐요
주식 앱에서 PER 대신 빈칸이나 ‘해당 없음’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회사가 적자를 내서 EPS가 0 이하라면 일반적인 PER 비교가 의미를 잃기 때문이에요. 숫자가 안 보인다고 앱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매출이 늘고 있는지, 적자가 줄고 있는지, 현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차례로 봅니다.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따질 때도 예상만 믿기보다 최근 공시에서 실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놓여요.
제 기준에서 PER는 주식을 고르는 답안지가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낮으면 낮은 이유를, 높으면 그만한 이익 성장을 기대할 근거를 찾아보게 되거든요. 장바구니에 담기 전 단위 가격을 한 번 더 보는 습관처럼, 숫자 하나 뒤에 있는 사정을 확인하는 데 쓰면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