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반찬 안 먹고 남길 때 바꿔보는 방법

얼마 전 냉장고에서 브로콜리 반 통을 꺼내다 한숨이 났어요. 잘게 썰어 볶아도 접시 한쪽에 그대로 남아 있었거든요. 어린이반찬을 만들다 보면 맛보다 먼저 고민되는 게 있어요. 오늘은 먹을지, 만들어 둔 재료를 또 버리게 될지 하는 문제죠. 저는 반찬을 새로 늘리기보다 아이가 먹기 편한 크기와 질감부터 바꿔봤어요.
처음부터 한 접시 가득 담지 않아요
아이에게 낯선 반찬을 처음 낼 때는 밥숟가락으로 한 숟갈 정도만 담아요. 양이 많으면 먹기도 전에 부담스러워하고, 남은 음식을 보는 저도 괜히 조급해지더라고요. 익숙한 반찬 하나 옆에 새 반찬을 조금 놓으면 반응을 보기에도 편합니다. 잘 먹은 날에는 다음번에 양을 늘리고요.
재료를 바꾸기 전에 모양부터 달리해 보는 것도 괜찮았어요. 당근채는 밀어내던 아이가 작은 깍둑썰기 당근은 집어 먹은 적이 있거든요. 단단한 채소는 충분히 익혀 부드럽게 만들고, 아이가 씹고 삼키기 편한 크기로 자르는 게 먼저예요. 어린아이에게는 둥글거나 질긴 조각이 남지 않도록 특히 신경 씁니다.
두부달걀전은 남은 채소 쓰기 좋아요
냉장고에 애매하게 남은 채소가 있으면 두부달걀전을 자주 만들어요. 두부 150g은 물기를 눌러 빼고, 달걀 1개와 잘게 썬 당근·애호박을 각각 2큰술씩 섞습니다. 반죽이 너무 묽으면 밀가루를 1큰술 정도 더해요. 팬에 식용유를 얇게 두르고 작은 숟가락으로 떠서, 속까지 익도록 약불에서 앞뒤로 굽습니다.
전을 크게 부치면 가장자리만 먹고 가운데는 남기는 날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이 숟가락에 올라갈 만큼 작게 부쳐요. 간은 반죽에 세게 하지 않고, 어른 것은 접시에 덜어낸 뒤 따로 곁들입니다. 달걀이나 콩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 조합은 피하고 아이에게 맞는 재료로 바꿔야 해요.
브로콜리를 넣을 때는 송이째 넣지 않아요. 살짝 익힌 뒤 꽃 부분을 잘게 다져 반죽에 섞으면 한 입에 채소만 몰리지 않습니다. 다만 색이 보이는 걸 싫어하는 아이도 있어서, 처음에는 1큰술만 넣고 반응을 봤어요. 조금 먹었다고 바로 채소 양을 늘리기보다는 같은 맛과 모양으로 몇 번 더 내는 편이 우리 집에서는 수월했습니다.
감자당근볶음은 물을 조금 넣어 부드럽게
감자 1개와 작은 당근 반 개를 가늘게 썰어 볶는 반찬도 손이 자주 가요.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감자를 먼저 볶다가 물 2~3큰술을 넣고 뚜껑을 덮습니다. 감자가 부드러워지면 당근을 넣어 함께 익혀요. 바삭한 감자볶음보다 촉촉하게 만든 쪽이 아이 숟가락에 담기 쉬웠습니다.
감자와 당근을 똑같은 길이로 썰 필요는 없어요. 당근을 잘 남긴다면 더 짧고 얇게 썰어 감자 사이에 섞습니다. 단맛을 내려고 설탕을 넣기보다는 재료가 충분히 익었는지 먼저 확인해요. 소금은 먹기 직전에 조금만 쓰고, 어른 입맛에는 싱겁다 싶어도 아이가 밥과 함께 먹는지 살펴봅니다.
한 번 만든 반찬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아요
반찬을 넉넉히 만들면 편할 것 같지만, 같은 접시가 연달아 나오면 손이 안 가는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재료 손질만 한 번에 하고 조리는 조금씩 나눕니다. 애호박 반 개를 썰었다면 일부는 전 반죽에, 일부는 다음 날 달걀찜에 넣는 식이에요. 같은 재료라도 모양이 달라지니 냉장고 속 채소를 쓰기 좋았습니다.
이미 조리한 음식은 먹을 만큼만 덜어내고, 남은 것은 실온에 오래 두지 않고 냉장 보관해요. 아이가 먹던 접시에 남은 반찬은 다시 보관하지 않습니다. 식단을 짤 때도 반찬 세 가지를 매번 새로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요. 밥에 익숙한 반찬 하나, 단백질이 들어간 반찬 하나, 채소를 조금 맛볼 수 있는 반찬 하나면 준비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어린이반찬은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도 안 먹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 저는 간을 더하거나 새 메뉴를 급히 찾기 전에 크기, 익힌 정도, 담은 양을 떠올립니다. 작은 변화 하나로 잘 먹는 날도 있고 그대로 남기는 날도 있지만, 매일 먹는 밥상이라면 만드는 사람도 지치지 않는 방식이 오래가더라고요.






